월세로 살면서 나는 얼마를 소비했을까

제주도에서 총 5년을 살다가 올라왔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제주에는 전세가 극히 드뭅니다.

다들 연세라는 방식을 이용하며 아파트가 아니면 전세는 찾기가 힘듭니다.

제주에는 아파트도 많이 없으니 빌라를 택해서 들어가는게 보편적입니다.

집값이 뛸때는 빌라도 아파트처럼 막 올라가곤 했었습니다.

부동산이 그렇다보니 처음 내려가서 5년동안 살때도 연세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연세는 1년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고 들어가는 방식인데 한번에 내는대신 두달치를 빼주는 식이었습니다.

월세가 50만원이면 1년치가 600만원이지만 대신 두달치를 뺀 500만원으로 입주시에 내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다시 재계약을 할때 또 1년치를 선납하고 1년을 사는 개념입니다.

제주에 내려가게 된 계기는 잠깐 가을여행을 왔다가 너무 평화로운 분위기에 빠져든 것도 있고 때마침 그때 회사를 그만두게 될 때여서 거의 2주정도만에 바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캐리어 3개에 모든 짐을 싸들고 아무 대책없이 그냥 내려갔었고 호텔을 2박3일 예약해서 저녁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저녁에 고기국수 한그릇 먹고 회 한접시 썰어서 호텔에 들어가 소주 한 잔 하고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동네 교차로나 제주오일장신문을 보다가 가까운 곳에 오피스텔이 있다고 해서 거리를 가게 됩니다.

신축이고 찾아가보니 외관도 괜찮길래 단기로 3개월을 그자리에서 계약했습니다.

다른집들은 거의 찾아도 안보고 바로 결정을 했으며 거기서 3개월을 살면서 이제 슬슬 제주도에 적응하기 시작합니다.

그때가 겨울이어서 난방비가 꽤 나왔는데 월세 75만원짜리에 관리비까지 해서 한달에 거의 100만원 돈이 나갔습니다.

3개월동안 300만원을 쓴 셈이고 계약이 끝나고나서는 드디어 1년치 월세를 다 납부하는 년세를 경험해보기로 했습니다.

신문에서 투룸 쓰리룸으로 검색해서 전화하고 위치 뜨면 거리뷰로 대충 확인하는 방법을 썼는데 마음에 드는 집들은 다 비싸고 너무 구석진 곳은 차가 없으니 갈 수가 없고 노형동 연동 위주로 계속 찾아봤습니다.

그러다가 좀 오래된 빌라가 연세 500만원에 하나 나와있고 방 1개에 큰 주방 1개, 화장실 1개 구조로 된 곳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거길 1년 계약했습니다.

제주는 부동산을 끼지 않고 보통 집주인이랑 직접 만나서 계약을 합니다.

복비를 떼주는게 아까우니 그런건데 저도 살면서 계속 그렇게 집주인이랑 직접 계약을 했습니다.

오피스텔만 관리실에서 확인했고 나머지는 집주인을 만나서 주민등록증 확인하고 계좌명도 집주인 이름으로 되어있는지만 보고 바로 입금을 해줬습니다.

계약서 쓰고 그 뒤에 바로 이사를 했는데 거기서 1년을 살다보니 제주에서는 차가 없으면 안되겠더군요.

그래서 먼저 차를 계약하고 1년뒤에 좀 더 멀리 가보기로 합니다.

연동, 노형동이 신제주라면 이도동이나 삼도동쪽은 구제주라고 불리는데 이도동을 위주로 보다가 제주대학교병원이 있는 아라동이 그때 집값이 싸길래 차도 있겠다 거기에 신축빌라로 가서 계약을 했습니다.

동네가 조용하니 좋더군요.

이번에는 방2개짜리로 이사를 갔는데 그게 아마 20평정도일 겁니다.

거기는 연세가 550만원이었고 그때부터 이제 부동산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도 집값이 미친듯이 올라갈 때였는데 아라동 허허벌판이었던 동네 땅값이 10배까지 뛰고 그랬습니다.

아라동에 있는 아이파크도 분양가 대비해서 2배정도 오르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평당 분양가가 730만원이었나 그랬던게 지금은 30평대 매매가가 5억5천정도 한다니 2배도 더 오른 셈입니다.

2013년 10월에 입주를 시작했는데 진작에 알았고 돈이라도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엄청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차도 있겠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제주도 부동산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한창 농가주택 열풍이 불어서 경매를 하고 그걸 개조해서 농가주택으로 내놓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런거 따라다니다가 매매할까 말까 그랬던 매물이 한 2개정도는 될 겁니다.

진짜 대출 직전까지 갔다가 포기했는데 지금 보면 포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라동에서는 총 3년을 있었고 연세로 마지막 3년차에는 600만원을 냈는데 대충 합하면 이 동네에서만 1700만원을 쓴 걸로 나옵니다.

노형동에서 500만원 낸 것과 오피스텔에서 300만원 쓴 걸 합하면 총 2500만원이었네요.

그리고 육지에 올라오기 전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은 오라동으로 노형동과 이도동의 중간 지점에 있는 동네였습니다.

인도가 별로 없고 좁은 차도만 있는 동네였는데 일단 위치가 좋아서 차량만 있으면 살기는 괜찮은 동네였다고 생각합니다.

걸어서 노형동까지 나갈 수 있었고 근처에 고등학교가 있어서 저녁이면 운동장에 가서 뜀박질도 하고 그랬습니다.

거기는 3룸이고 30평짜리 큰 빌라였는데 연세로 1000만원을 줬습니다.

그때 당시에 30평대 빌라의 연세는 보통 900~1000만원쯤 했었고 집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바로 계약을 했습니다.

그렇게 5년동안 낸 돈을 다 더하면 총 3500만원이 됩니다.

마지막에 있었던 빌라는 매매가가 2억대 초반이었는데 그 정도 되는 집을 연세로 돌려서 1천만원을 얻을 수 있다면 5%의 수익이 나는거니 꽤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2억대 초반으로 그냥 집을 사야겠다 생각했었고 실제로 집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아파트 분양하는거 서귀포쪽으로도 보러다니고 그러다가 육지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보고싶어하기도 하고 그냥 올라가고 싶어지더군요.

그러면서 그동안 모은 돈으로 이제 전세를 들어가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30평대에 월세로 살려면 매달 100만원정도를 내야겠습니다.

보증금이 1천만원으로 굉장히 적고 세가 비싼 구조였는데 이제 육지로 올라가서 전세를 알아보니 그게 훨씬 저렴하더군요.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서 들어가도 대출이자를 내는게 더 저렴했는데 가진 돈을 주식으로 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세로 들어갈때 보증금의 90%까지 은행에서 빌렸습니다.

보증금 2억5천만원이었는데 2억2500만원까지 나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 돈은 2500만원만 내고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돈을 많이 빌렸는데도 이자는 매달 55만원정도밖에 안나왔습니다.

제주도에선 방 2개짜리 작은 집을 계약할때 그 정도가 나왔는데 전세로 들어가니 30평대 넓은 신축아파트로 들어갔는데도 원룸정도 방세만 내면 되니 진작에 전세로 들어갈걸 그랬구나 싶더군요.

매달 돈 나가는 것도 그렇고 주거환경이 더 좋아지는 것도 그렇고 아예 생각을 못했던 겁니다.

저는 보증금이 한 1억정도 있어야 아파트를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실상은 90%까지 임대보증금을 은행에서 빌릴 수 있고 나머지 10%만 준비하면 되더군요.

저희가 욕심을 내고 아파트에 들어가서 그렇지 제주도에서 살던대로 빌라에 들어갔더라면 그보다 훨씬 돈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겁니다.

보증금 1억5천만원정도 하는 집들도 많았으니까요.

그런 집은 90%까지는 안되고 보통 80%정도까지는 나왔을텐데 1억2천정도를 빌리고 나머지 제 돈 3천만원만 있으면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랬으면 빌린돈도 1억2천밖에 안되니 매달 나가는 돈도 대충 30만원에서 왔다갔다 했을 겁니다.

대신 아파트에 들어가면 매달 관리비가 추가되서 그건 좀 부담이 컸습니다.

아무것도 안해도 보통 15만원정도는 나왔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매달 70만원정도면 끝이니 제주도에 있을때 오라동 30평짜리 빌라에서 돈 내는 것보다는 저렴한 수준이었습니다.

요즘에는 다들 똑똑하니 저처럼 아깝게 돈버리는 분들은 별로 없을텐데 혹시나 아직까지 월세로 살고있는 분들이 있다면 무조건 전세를 알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특히 요즘에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전세자금을 지원해주는 상품도 있습니다.

대학생이나 무직자도 가능한 버팀목이라는 제도가 있으니 그걸 이용하면 저처럼 쌩돈 버리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1억정도를 빌리면 연 3.5%정도로 했을때 매달 30만원쯤 나갑니다.

연 2%대 초반이나 초중반으로 빌린다면 그보다 더 적은 20만원대로 나가니 그만큼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거의 고시원에서 지내는 것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걸 몰랐을때는 그냥 고시원에 들어가서 살아야하나 그런 걱정만 했었는데 알고나니 젊은 친구들은 역에서 가까운 오피스텔로 구해서 생활하면 참 편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가족이 있다면 아파트로 알아보는게 좋고 혼자서 산다면 이것저것 다 구비가 되어있는 오피스텔도 괜찮습니다.

다만 오피스텔은 관리비가 만만치 않으니 평균적으로 얼마정도 나가는지 알아보고 들어가시는게 좋습니다.

오늘은 제주도에서 5년간 살면서 집값으로 대략 3500만원을 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3500만원이면 솔직히 1년동안 꾸준히 모으기도 힘든 돈이고 2~3년은 노력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라서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깝긴 합니다.

하지만 제주도라는 섬에서 살아봤다는 경험과 거기에서 만난 여러 인연들을 생각하면 그래도 재밌게 잘 살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동생들 형들 친구들도 만나고 연고지도 없는 곳에서 장사도 해보고 사무실도 차려서 직원도 써보고 뭐 해볼 건 다 해봤네요.

지금은 딱히 계획이 없지만 살다가 돈이 좀 모이고나면 다시 제주에 내려가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예쁜 집을 하나 장만해서 내려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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