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월세를 살다가 전세로 이사간 이유

대한민국에는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가 존재합니다.

이태원에 가보면 수많은 외국인들이 다 집을 월세로 빌려서 생활하는데 그 사람들도 매달 임대료를 내고 집에 거주하는게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 나가면 대부분 그런 식으로 거주를 하니까요.

저도 동남아에 한달정도 렌트를 해서 살아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결국은 돈과 시간이 없어서 계획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다른건 다 있었고 딱 돈이랑 시간만 있었으면 되는건데 고작 그게 없어서 못했네요. 아직까지도 그 두가지가 부족해서 계획은 그냥 계획으로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원래 홀로서기를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으로 시작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때 보라매쪽으로 한번 알아보다가 너무 터무니없는 집들만 나와서 포기하고 그 뒤에 노원쪽으로도 알아봤는데 보증금이 1천만원이면 대부분 월세가 70만원씩은 하더군요.

그 이하는 원룸이 보통이었고 너무 평수가 좁아서 안되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때 제 전재산은 천만원이었는데 다음달 월급이 들어오는걸로 세를 내면 되니까 그걸로 집을 구하려고 했던거였지 대출을 받아야겠다는 건 아예 생각도 못했었습니다.

그냥 가진 예산으로 어떻게든 맞춰서 살아보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1. 복층형 오피스텔의 꿈

전에 한 1년정도 일했던 회사가 있었습니다. 회사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리 좋은 일도 아니었는데 바쁘면 2교대, 덜 바쁘면 3교대로 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범계에 있는 업체였고 제가 2교대를 하기엔 집이 너무 멀어서 힘들다고 했더니 범계역 근처에 있는 한솔센트럴파크에서 숙식을 해결하라고 하더군요.

회사에서 아예 숙소를 잡아준건데 그때 듣기로는 전세가 8천만원이었나 그 정도 했던걸로 알고있습니다.

저 혼자 지내는 것은 아니고 직원 3명이서 쓰라고 내준건데 관리비는 3명이 나눠서 냈었습니다.

거기가 복층이어서 제일 짬이 되는 사람은 윗층을 쓰고 나머지 저를 포함한 2명은 밑에서 자고 빨래는 일단 같이 돌린 후 널때만 따로 널거나 양이 적으면 같이 널기도 하면서 숙식을 해결했었습니다.

거기가 작은 평수는 월세가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5에서 60만원쯤 되고 평수가 넓어질수록 65~70만원까지도 했었습니다.

전용 20평짜리는 월세가 100만원이 넘어갔으니 꽤 비쌌죠.

지금 검색해보니 매매가도 많이 올랐고 월세는 1000만원에 50~55만원정도 하던데 세는 비슷비슷하거나 오히려 그때보다는 5만원정도 내린 모양입니다.

아무튼 거기서 얼마정도 지내다가 나중에 회사를 나오게되서 다음 회사는 강남구청쪽으로 옮겼었습니다.

그때가 처음으로 홀로서기를 했던 시기였는데 부모님이 계신 집이 아닌 나만의 거주공간이 있다는게 정말 설레였고 재밌었습니다.

비록 다른 직원들과 같이 쓰는 숙소였지만 뭔가 내 스스로 한다는게 신기했던거였죠.

나중에 그 오피스텔이 생각나서 거길 계약할까도 생각했었습니다. 출근은 어차피 지하철로 4호선타고 총신대입구까지 갔다가 거기서 갈아타서 강남구청까지 가면 되니까 큰 문제는 없었는데 관리비가 걸리더군요.

기본적으로 한 10만원은 넘게 나왔던 것 같은데 그러면 한달에 65만원정도는 고정적인 지출이 생긴다는 뜻이니 선뜻 계약을 하기가 애매했습니다.

저 돈을 내면서 사는게 맞는건지 그냥 부모님집에 살면서 당분간 돈을 모으는게 맞는건지 고민하다가 결국은 그냥 부모님집에서 살면서 돈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복층형 오피스텔에서 살아보겠다는 꿈은 물건너가게 됩니다.

2. 어차피 매달 돈을 낼거면 다른 동네도 상관없잖아?

강남구청에 있는 직장을 다니다가 여기도 오래 다니지 못하고 결국은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회사에 저를 위한 자리가 없었고 저도 뭔가 마음이 떠난 상태였고 그닥 회사업무가 저랑은 안맞는다고 느꼈습니다.

회사생활을 잘했다고 하기도 뭐한게 사교성도 별로 없고 말도 없고 그렇다고 일을 막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 같이 끌고가긴 애매했을 겁니다.

야근을 시키는데 입이 댓발이나 튀어나와서 빨리 가야하는데 거리고 있으니 좋게 볼 리가 없죠.

그리고 원래 특정업무를 위해 저를 데리고온건데 그 업무가 거의 쫑나는 분위기여서 저도 이제 슬슬 그만둬야겠구나 느꼈던 것 같습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오게 된건데 그 회사에서 나오고 나니 뭔가 의욕이 완전 사라져버렸었습니다.

나이도 30대가 넘었는데 경력직으로 들어갈 회사도 별로 없고 신입으로 들어가자니 나이가 많고 학벌도 꽝이고 그러니 뭔가 저를 지탱하던 끈이 툭 하고 끊어져버린 것 같았습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술이나 마시면서 살았는데 맨날 동네에서 술이나 마시지말고 제주도나 놀러가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비행기표랑 렌트랑 해서 알아보는데 엄청 비싸지도 않더군요. 숙소도 함덕에 있는 오션그랜드호텔로 잡았는데 거기가 1박에 5만원정도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것도 조식포함가격이요.

조식은 한식으로 밥이랑 국에 반찬정도로 나왔지만 한끼 간단하게 먹기에 좋았었습니다.

그렇게 2박3일로 제주도여행을 하면서 노는데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올라오는 그 길이 너무 조용하고 드라이브 하기도 좋고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 이번에는 진짜 혼자 살아봐야겠다고 원룸을 검색하는데 생각해보니 취직을 하려는 생각도 아니었고 프리랜서로 혼자 일해보자는 계획이었는데 ‘굳이 내가 서울에 있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작업한거 넘겨주면 되는 일을 굳이 서울에 살면서 하지 않아도 되는거니까요.

그래서 그때 바로 짐을 싸서 제주도로 내려가게 됩니다. 대충 한달살기랑 부동산 시세 정도를 검색해서 일단은 오피스텔에 단기로 3개월을 계약하고 제주살이를 시작했습니다.

3. 제주도도 월세는 서울이랑 비슷하구나;

어차피 이왕 시작한거 뭔가 신축에서 살고싶다는 생각에 신축오피스텔을 계약했는데 월세가 70만원이니 매달 나가는 돈이 너무 크더군요.

월 10만원 더 나가는 차이가 생각보다 너무 큰 겁니다.

3개월 단기로 계약한거여서 그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근처에 있는 빌라로 옮겼습니다.

빌라에 사니 매달 내야하는 관리비라고 해봐야 티비랑 계단청소 등을 이유로 월 3만원 내는거였는데 관리비가 적게나가니 일단은 지출이 많이 줄었습니다.

오피스텔은 난방비가 정말 비쌌는데 빌라는 그보다는 저렴했으니까요.

그 빌라가 월 50만원씩 내는 조건이었는데 너무 낡아서 겨울에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가면 너무 춥고 여름에는 덥고 햇볕은 안들고 음침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이사를 또 알아보고 하다가 전세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4. 보증금을 다 내가 준비할 필요는 없다.

낡은 빌라에 살때만해도 저는 모든 보증금을 다 제 돈으로 마련해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전세 8천만원짜리 집을 가려면 최소한 6~7천만원은 있어야 나머지를 은행에서 빌려서 들어가는 건 줄 알았습니다.

부동산에 대해서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정말 무지했던 겁니다.

더군다나 그때는 지금처럼 유튜브에 막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블로그에 검색해봐도 제대로 된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어서 그냥 안되는구나 생각만 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제주에서 알게된 지인이 제가 이사갈 때가 되었다고 매물 괜찮은 거 없는지 물어보면서 이제 대출에 대해서 알게되었습니다.

너 얼마모아놨냐고 물어봐서 아직 5천만원도 없다 그랬었는데 그 정도면 1억5천짜리 전세도 들어갈 수 있다며 최대한 땡기면 된다고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은행에서는 80%까지 돈을 빌려준다 1억5천만원짜리 임대보증금이면 80%까지인 1억2천만원까지 대출이 나오니 제 돈은 3천만원만 있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1억2천만원이나 빌리면 너무 이자가 쎄지않나 했는데 연 2%대 후반으로 빌리면 월 30만원도 안한다고 해서 그때 정말 눈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최소 월 50만원 이상은 꼬박꼬박 내고있었는데 돈을 1억 넘게 은행에서 빌려도 월 30만원정도만 갚으면 된다고 하니 완전 제가 바보처럼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월 20만원이나 아낄 수 있었는데 왜 지금까지 월세를 살았을까 싶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1억 5천만원짜리 집으로 알아보다가 1억 2천짜리 투룸이 오라동에 있길래 그쪽으로 바로 이사를 갔습니다.

오라동은 조금만 걸어나가면 바로 연동으로 나갈 수 있고 연북로를 타고나가면 바로 동쪽으로도 갈 수 있는 위치여서 차가 있는 분들에게는 살기 좋은 동네였습니다.

대신 차가 없으면 걸어서 마트에 가는것도 최소 15분정도 걸리고 왕복 30분을 소비해야하니 차 없는 분들에겐 참 애매한 곳이었죠.

그래서 차도 장만하고 거기서 재밌게 살았는데 그때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나왔었던 장수물식당이 가까워서 해장하러 종종 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로또를 사러 연동 로터리 부근에 있는 편의점까지 걸어가곤 했었는데 로또를 살 겸 운동도 할 겸 매주 한번씩은 부지런히 걸어가곤 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제주도에서 특히나 오라동은 배달도 잘 안되는 지역이고 배달의민족같은 어플은 설치해봐야 제휴된 음식점도 안나와서 맨날 시켜먹던 중국집이랑 그 외 치킨집 빼고는 직접 나가서먹고 사와서먹고 그랬었습니다.

아무튼 그때 전세를 살면서 꽤 열심히 돈을 모았고 결국은 제주도에서 육지로 올라올때 1억이라는 돈을 모아서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1억을 가지고 육지에서 또 무슨 일을 했는지 다음번 포스팅에 차차 적어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