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이유들

한 회사에 들어가서 진득하게 버티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처럼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옮겨다니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도 일정부분은 그렇게 생각하고 제 잘못이 없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회사에서 딱히 필요로 하지 않은 인재상일 수도 있는거고 제가 일을 엄청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다니던 회사 역시나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는 첫 단추를 잘못 꿰어서 여기저기 비슷한 시장으로만 다녔었는데 이 점은 지금도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자격을 맞춰서 제대로 된 회사를 다녔다면 제가 자영업을 하게되는 시기가 더 늦춰졌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첫 회사에서부터 제 몸값을 너무 낮춰서 들어갔었는데 3교대를 하던 곳이었습니다.

스코피라고 디지털 사진인화서비스를 하는 작은 사업장이었는데 거기서 사진을 인화하고 필름을 갈아끼우고 잉크를 채우고 주문 들어오는걸 그때그때 처리하는 일을 맡았었습니다.

운전면허가 없어도 되고 연봉이 낮았기 때문에 학벌도 중요치 않은 회사였습니다.

회사보다는 일터라고 표현하는게 맞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웃긴게 일한지 보름만에 내정자가 있다는 이유로 퇴사를 권유받았습니다.

직원이 그만두면서 제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던거였고 일한지 일주일이 지났나 또 한명의 직원이 들어오더군요.

다른 경쟁업체에서 일을 했었던 경력직이라길래 요즘 장사가 잘되서 직원을 더 뽑았나보다 이렇게만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보름뒤에 그 사람을 정직원으로 쓰고 저는 필요가 없어져서 그만두라고 바로 말하더군요.

갑자기 각자 사먹어야하는 점심을 초밥으로 푸드코트에서 사줄때부터 분위기가 쎄~ 했는데 밥먹고 들어오자마자 바로 면담을 해서 나가라고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날 바로 그렇게 회사에서 짤리고 충격을 받아서 술이나 마시다가 그 다음으로 들어간 곳이 바로 전화영업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영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첫단추를 그렇게 꿰어버리니 제 회사생활도 그런식으로 꼬였습니다.

그 뒤로 여러 회사들을 다녔고 소위말하는 불법적인 일도 했었는데 이런저런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부분을 오늘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아무런 비전도 없는 경우

원래 중소기업에서는 항상 회사가 성장했을때의 분배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너네들이 창업초기멤버들이니 회사가 잘되면 다들 임원이 되고 외제차 한대씩은 다 뽑아줄거고 그때가 되면 멋진 인생을 살게될 것이다라고 말이죠.

그런 이유로 야근을 해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끔 조련을 합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데 이걸 오늘안에 해줘야지 내일로 미루면 내일 또 업무가 들어왔을때 그건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냐는 식으로 조련을 합니다.

왜 그렇게 끌려다녀야하나 생각도 해봤는데 아직 기반이 다져지지 않았고 회사가 작기 때문에 지금은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광고주들이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는 우리가 말하는데로 따라오게 될 것이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숙이는 입장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서 그런 기반을 우리가 만들자고 으쌰으쌰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게 보통의 중소기업인데 흘러가는 분위기를 봤을때 도저히 비전이라는게 없는 회사가 있습니다.

대표가 핵심을 못잡고 어떤게 돈이 되는 사업인지를 몰라서 이것저것 벌려놓는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원래 하던 일이 경쟁업체가 너무 커져버리는 사람에 그리고 사양산업이 된 이유로 해당 서비스를 거의 접어야하는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표란 놈은 저녁이되면 바에 가서 양주나 마시기 바쁘고 직원들에게 돈되는 일을 알아보라고 떠넘기는 경우를 봤습니다.

광고를 하는 직원들이 모여있으니 뭘 해도 될거라는 생각이었는데 결국은 으른들 용품에 손을 대더군요.

그게 마진이 많이 남는다는 이유였는데 제 생각에는 도매업자들에게 당한거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마진이 많이 남긴 하지만 이미 그쪽도 업계를 꽉 잡고있는 회사가 있어서 파고들기가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시작했었습니다.

광고비를 때려붓고 직원들이 블로그며 SNS계정을 싹 돌려서 열심히 광고를 했지만 특별한 아이디어없이 잘될리가 없었죠.

결국은 회사를 나와야했는데 거기 말고도 비전이 없는 회사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제가 나오거나 아니면 상황이 안좋아져서 정리가 되거나 어쨌든 결과는 안좋았습니다.

2. 사장이 양아치인 경우

정부에서 해주는 대출을 바라보고 회사를 키운 곳이 있었습니다.

그것만 받고 어떻게 끝내려고 하는 걸 봤었는데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절대로 손해보는 장사는 안합니다.

월급을 주고서 그날 바로 돈을 빌려달라고 했던 양아치도 있었습니다.

직원들에게 돈을 빌리는 사장은 진짜 저도 처음봤는데 그걸 계속 빌려주는 직원이 충실한 심복이 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직원들 명의로 한약을 지어서 먹은걸로 처리한 대표도 있었습니다.

한의원을 본인이 운영하고 한의사를 월급을 줘서 고용한 사람이었는데 그 한의원에서 직원들 명의로 다 약을 지어먹게 한 겁니다.

당연히 직원들은 몰랐고 그 내역은 국민연금인가 어딘가에 다 남아있어서 제가 회사를 그만두고나서야 알게되었습니다.

진짜 대단하다 생각했었는데 찾아보니 지금도 회사를 운영하긴 하더군요.

그런 사장들의 특징은 여기저기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유명인과 꼭 사진을 남기길 좋아하고 그 남긴 사진을 결국은 어딘가에 이용을 합니다.

여기저기 다니며 인맥쌓기에 열중하며 대한민국에서 날로 먹을 수 있는 사업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면 남성의 정력강화에 좋다는 종류나 아이들의 키성장, 여성들의 다이어트 뭐 이런 식이죠.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발표된 적이 없는 분야에 파고들어서 남들의 뒷통수를 치면서 돈을 벌기를 원하는 식입니다.

찾아보니 남성의 활력강화와 여성의 알아먹지 못할 건강에 좋다고 식품을 4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팔고있던데 장사가 잘 되고있는건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렇게도 꾸준히 잘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면접에서 이미 냄새가 나기도 함

광고회사에 면접을 보러갔는데 그때는 블로그마케팅이 한창 인기를 끌 시기였습니다.

저는 그때 방문자가 꽤 많은 블로그를 보유하고 있었고 전에도 수십개의 블로그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괜찮은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으나 덜컥 창업을 하기엔 겁이 나는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취업을 하고 집에서 남는 시간에 창업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보자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다녔습니다.

몇군데를 갔었는데 어떤 한 회사에서 면접을 보는데 여기는 절대 가면 안되겠다는 냄새가 정말 강렬하게 나더군요.

면접관의 말투부터 이미 그 냄새가 풍겼는데 대충 무슨 말을 했는지 요약하자면 자기네들은 블로그마케팅을 쓰레기라고 생각해서 안한다는 거였습니다.

저걸로 효과내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은데 왜 쓰레기라고 하는걸까? 지들이 쓰레기처럼 활용하기 때문에 쓰레기라 생각하는걸까? 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으나 결국 알맹이는 없더군요.

그리고 야근처럼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도 당연하듯이 면접에서부터 언급을 했습니다.

자기한테 배우는 것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 할 정도로 자신은 실력자이고 너는 초보자이니 들어와서 열심히 배우면서 야근도 하고 실력을 쌓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저보다 많이 아는 것 같지도 않던데 뭘 보고 저렇게 단정을 짓는걸까 좀 웃기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열정과다라 표현할 수 있겠네요.

뭔가 열심히는 하는 사람같은데 알맹이가 안보이는 그런 느낌이어서 참 재미있는 면접을 봤다 생각하고 나왔었습니다.

4. 야근 안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다

저도 신입일때는 회사에서 시키는 건 무조건 다 했습니다.

영업이 잘 안된다고 꾸짖으면 그냥 그런가보다 내잘못인가보다 했었고 매출이 안나오면 그것도 내탓이겠거니 다른 방법으로 발로 뛰면서 개선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모르는 분야는 돈을 내고서 강의를 들으러 다녔고 집에 와서도 뭔가 기발한 전략이 없는지 1~2시간은 자료를 찾으면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정도 짬이 차고서 나도 내 회사를 차려볼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때부터는 내가 왜 야근을 해야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에 내가 야근을 안한다면 회사는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 당시에 입사한 회사에서 제게 야근을 시키길래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안될 것 같다라는 말을 한번 해봤습니다.

어차피 여길 그만두면 개인사업자나 내고 그동안 하고있던 블로그쪽으로 내 돈이나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시기라 별 무서운게 없었습니다.

무서운게 없으니 말도 쉽게 잘 나오더군요.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안된다고 해봤는데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광고주가 오늘까지 요청을 했으면 오늘까지 해야지 약속이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저를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 20분정도 얘기를 하다가 결국은 제가 야근을 하는것으로 마무리가 되긴 했는데 그 뒤부터 회사에서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입지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나가라는 뉘앙스를 풍기길래 바로 그만두겠다고 통보를 해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전임자를 구할때까지 일해달라고 하긴 했으나 저는 마음이 떠난 회사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어서 당장 그만두겠다고 어찌어찌 2주정도만 더 일하고 나왔었네요.

야근 안하는 걸 너무 이상하게 보던 눈빛이 지금도 기억나는데 마무리를 그렇게 하긴 했어도 대표와는 잘 정리하고 나중에 전화통화해서 오해도 풀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직원들 맛이나 보라고 귤도 한박스 보내드렸는데 야근하면서 다들 챙겨먹었을라나 모르겠네요.

이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들이 더 많았고 한번은 블로그를 한다는 이유로 짤려서 그걸 블로그에 올렸다가 다음포털 메인에 걸리기도 했었습니다.

참 재밌는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대한민국의 열악한 기업문화가 하루 빨리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